그동안 해외유입 확진자는 시설 또는 자가격리를 14일간 진행하고, 3일 내 진단검사를 받아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게 방역당국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 오른 한국인 선박 수리공이 코로나19에 걸리고, 직장동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선검역 땐 무증상, 이후엔 유증상…승선검역 허점 드러나
해외유입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없다는 정부 주장에 균열이 생긴 지점은 항만이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승선검역을 실시했는데도, 한국인 선박수리공이 감염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원양어선 페트로원호(PETR1)에서 지난 24일 기준 확진자 32명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앞서 지난 23일 해당 선박에 승선했던 한국인 선박 수리공이 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선박 선원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들 러시아 선원은 방역당국이 승선검역을 시행할 당시에는 모두 무증상이었다. 하지만 잠복기를 지나면서 유증상자와 확진자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승선검역을 통해서도 페트로원호 선원이었던 무증상 확진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해당 선박 수리를 위해 승선한 한국인 수리공(부산 157번)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더 큰 문제는 부산 157번 확진자의 직장 동료 5명이 전날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해외유입→국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감염 연결고리가 생겼다. 해외유입이 안전하다고 강조해온 방역당국 판단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러시아 선박에 대한 검역절차를 전자검역에서 승선검역 체계로 강화했지만, 지역전파가 발생한 만큼 추가적인 보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러시아를 방역강화 대상 국가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다.
◇이라크 근로자 유증상자 89명, 확진자 36명…추가 감염자 나올 듯
25일 0시 기준 해외유입 확진자 86명 중 이라크에서 귀국한 근로자가 36명을 차지했다. 전날 오후 유증상자가 89명이었고, 반나절 만에 89명으로 늘어난 만큼 25일에는 유증상자 및 확진자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0여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의 감염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라크에 군용기를 투입해 우리 근로자 293명을 지난 24일 오전 국내로 이송했다.
방역당국은 이라크 근로자들이 귀국하기 전에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귀국 후 공항검역을 통해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를 가려냈다. 항공기도 유증상자는 다른 근로자와 공간을 구분해 탑승시켰다.
현재 정부도 이라크에서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 중 신규 확진자가 대거 나올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코로나 19 발생 상황이 국내·해외 전체 숫자로 볼 경우 (25일에) 100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이라크에 있는 우리 국민을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구출했다는 자세였다”고 설명했다.
◇이라크→다음 국가는?…해외유입 못 막으면 생활치료센터도 부족
방역당국은 이라크에서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와 러시아 선원 중 고령 층이 적어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이며, 대부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격리병상 부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해외유입 추세가 이어지면 생활치료센터도 언젠가는 여유 공간이 부족해지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우선 이라크 외에 한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해외 국가는 많다. 방역당국은 이번 이라크 근로자를 포함해 중국 우한 교민·이탈리아 교민 등 총 7건의 해외 거주 국민을 이송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라크 한국인 근로자 중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8월 7일까지 14일간 임시생활시설(건설경영연수원·사회복무연수원)에서 격리생활을 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 속도가 빨라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라크 사례처럼 전세기나 군용기를 투입해 국내로 한국인을 이송하는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오는 9~10월 2차 대유행, 10월 전후로 독감(인플루엔자)까지 유행하면 생활치료센터 공간이 넉넉하다고 자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방역당국은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할 수 있는 시설 33개소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가을 대유행이 실제로 올지, 온다면 그 규모는 어떻게 될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유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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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5, 2020 at 10:4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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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입→지역감염, 안전지대 공식 깨졌다…코로나 115일만에 100명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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