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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4년이 된 굴지의 대기업 두산그룹은 상반기에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본사는 물론 자회사들까지 사업 부진에 빠진 것이다. 작년 1044억원이던 순손실은 올해 상반기에만 6231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채 비율이 300%를 넘어서면서 자력으로 버티기가 불가능해진 두산은 결국 자신들이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기로 약속하고 정부로부터 3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변수였다. 경기 침체로 두산이 팔려는 계열사를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없어 두산의 자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사모펀드(PEF)였다. PEF는 두산그룹 자구안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원가량의 자산을 사주었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PEF 운용사들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PEF가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단비’ 역할을 했다.
◇글로벌 M&A에서 PEF 비율 8%p ↑… 기업 구조조정에 소방수 역할
9일 글로벌 M&A 분석 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규모는 9015억달러(약 1071조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M&A 규모인 1조907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PEF가 인수한 기업 규모는 2104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3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M&A 중 PEF 비율은 작년까지 10%대 중반에 머물렀는데, 올해 23.3%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PwC의 브라이언 레비 파트너는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은 사모펀드들에는 낮은 가격에 기업들을 인수할 기회”라며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 역시 사모펀드로부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최대 M&A였던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인수한 곳은 사모펀드들이었다. 올해 2월 미국계 어드벤트와 영국계 신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블랙스톤과 칼라일그룹을 따돌리고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부문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어드벤트-신벤 컨소시엄이 써낸 인수 금액은 188억달러(약 22조원)였다. 당시 블룸버그는 “2007년 이후 유럽에서 이뤄진 사모펀드계의 최대 규모 거래”로 평가했다.
올해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부문 최대 딜이었던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지분 49%를 사들인 곳도 사모펀드들이었다. 101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인 이 딜엔 미국계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와 한국의 NH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홍콩계 사모펀드 오션링크파트너스는 중국 IT 업체 ’58.com'을 76억달러에 사들였고,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을 놓친 블랙스톤은 영국 숙박 업체 ‘iQ스튜던트어커머데이션’을 60억달러에 인수했다. 동물 약품 부문 세계 5위 업체인 ‘세바 상테 애니멀’ 역시 사모펀드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국내 PEF 대기 자금 20조… 하반기에도 큰손 될 듯
국내에서도 PEF는 기업 구조조정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4일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를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를 6986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날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 역시 두산그룹의 모트롤 사업부를 4530억원에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알짜 사업인 기내식·면세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9900억원에 매각하면서 위기 상황을 버틸 자금을 확보했다. 10년째 산업은행에 머물러 있던 KDB생명은 국내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가 인수자로 나서면서 매각 작업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경제 위기 때마다 국내 PEF 시장은 한 단계씩 도약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엔 CRC라고 불리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들이 탄생했고, 이 업체들이 현재 IMM PE나 JKL파트너스 등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2003년 론스타 등 외국계 PEF들이 국내 기업을 헐값에 사들인다는 논란이 일자, 2004년부터 국내에서도 PEF가 허용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PEF는 721개로 5년 전인 2014년에 비해 2.6배 늘어났다. 투자 기업 수는 같은 기간 93곳에서 500곳으로 증가했고, 투자금액 역시 4조9000억원에서 16조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 M&A 시장에서도 PEF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가 M&A를 위해 마련해놓은 자금은 20조원 수준이다. 현재 딜이 진행되고 있는 뚜레쥬르와 SK루브리컨츠 지분,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매물 인수 후보로 PEF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딜이 잇따라 무산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인수자로 PEF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September 10,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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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A시장 23% 먹어치운 PEF, 국내서도 큰손 되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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