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으로 연료비만 찔끔… "인센티브 제공해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대폭 확대한 정부가 태양광·풍력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수도권 주변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에 ‘SOS’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급전 지시를 내린 후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는커녕 비용도 제대로 정산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드는 비용을 민간 발전사에 떠넘기는 셈인데,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 설치된 LNG 발전소에 대한 전력거래소의 추가 급전 지시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계통(系統)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발전소에 급전 지시를 내린다. 이른바 ‘계통제약발전’이 이뤄지는 것인데,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발전사업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한 발전사업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지만, 매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이런 계통제약발전이 늘어난 것은 날씨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 들어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대거 설치했는데, 이 발전기들은 해가 뜨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게다가 이들 설비는 대체로 수도권과 먼 산지나 해안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으로 전력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계통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LNG에 급전 지시를 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계통제약발전을 하고도 LNG 발전소들이 제대로 된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급전 지시로 전력을 생산한 발전소에 연료비만 보상해준다.
발전기를 가동하면 부품 사용과 정비 횟수가 늘어나 기타 운영비용이 늘어나고 용수비는 물론 지방세와 전력거래수수료도 내야 하지만 이런 비용들은 고스란히 발전사들이 부담한다. 발전소 입장에서는 전력거래소의 명령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역할을 하고도 손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LNG 발전사를 회원사로 둔 민간발전협회 측은 "급격한 전력 수요 변화, 발전기 고장, 미세먼지로 인한 석탄발전 제약 등 전력계통에 문제가 예상될 경우 전력거래소는 계통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기에 급전지시(계통제약발전)를 내리고 해당 발전기에 변동비(연료비)를 보상하지만, 보상되는 연료비와 배출권비용 일부를 제외하면 용수비, 정비비, 지역자원시설세, 전력거래수수료, 배출권비용 일부만큼은 발전사업자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계통제약발전에 따라 LNG 발전기가 연간 부담해야 하는 손실 규모는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이런 비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면 흐린 날 돌아가지 않는 태양광 발전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정지하는 풍력 발전소를 대신하는 대체 발전소를 확대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력 계통의 ‘유연성’인데, 기술 수준과 비용을 고려하면 LNG 발전소와 같은 대체 발전소를 더 많이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계통에 대한 보상체계는 유독 취약하다"며 "발전기를 많이 돌려 계통에 많이 기여하는 사업자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미 십여년 전 도매전력 시장에서 유연한 출력변동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축한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eptember 29,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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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막으려 '발전 지시' 내려놓고… 비용은 발전사에 떠넘겨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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