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반도체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250억달러(약 29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업계에 지원할 방침이라고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면 톱 기사로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경계하는 미 의회·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분야에 거액의 보조금을 투입, 반도체 생산의 공급망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큰 영향이 우려된다. 이미 중국은 최근까지 5000억위안(86조원)을 쏟아부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분야 지원은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예산에 포함될 예정이다. 상·하원이 각각 독자적인 반도체 지원 법안을 초당적으로 준비했으며, 현재 양원이 법안 단일화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6월 상원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불과 석달만에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중국과의 하이테크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파적 대립보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미국의 힘이 또 한번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의 미국 회귀를 요구하는 트럼프 정부도 법안 통과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확정된 양원 단일화 법안 원안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연구시설 등에 연방정부가 건당 최대 3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반도체 공장은 투자금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15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10년간 운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안보상 고도의 기밀유지가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위해 국방부 등이 50억달러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화 기술에서 인텔이 TSMC·삼성전자 등에 뒤지고 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50억달러 예산을 추가 배정한다. 반도체 보조금은 연방정부에서만 총 250억달러에 이르며, 주·지방정부의 세금 우대 지원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지원 폭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민관이 하나가 돼 반도체를 기간산업으로 키우고 있으며 2014년 국책기금을 설립했다. 2019년까지 투자액은 1400억위안(24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방정부 기금까지 더하면 누계 투자는 5000억위안(86조원)을 넘는다. 2025년엔 반도체의 70%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반도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 통계(WSTS) 예측에 따르면, 2021년 세계시장 규모는 4522억달러(531조원)로 2020년보다 6·2%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확대 등에서 통신량이 증가하면서 고속통신기기와 데이터서버 분야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술 관련 공공정책연구소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19년 반도체 판매 시장점유율은 미국이 47%를 차지, 2위인 한국(19%), 3위인 일본(10%)을 크게 앞선다. 미국 조사회사 가트너의 2019년의 반도체기업 매출 순위에 따르면, 1위는 미국 인텔, 2위는 한국 삼성전자, 3위는 SK하이닉스였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 분야가 최강인 반면 생산능력이 취약한게 문제로 지적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전세계의 12%에 불과하다. 미국에는 퀄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기업이 대부분이고, 생산은 대만 등 해외에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반도체 생산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이미 15%로 미국을 앞서고 있다. 10년 뒤에는 24%로 증가해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이번 반도체 보조금 정책이 특히 생산 분야에 집중된 것에는 반도체 생산의 해외 의존을 방치하면 산업경쟁력 저하와 함께 미국의 안전보장이나 군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계의식이 깔려 있다.
한편 미 당국은 이번 보조금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외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신공장을 건설중인 대만 TSMC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6일 확정된 양원 단일화법안 원안에는 일본·유럽 등 동맹국과 공동으로 최신 반도체를 개발하는 다자간 기금을 창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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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7, 2020 at 07:1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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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국 반도체에 29조원 보조금... 한국에 악영향 우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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