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18, 2020

전세 대책 결국은 3無 대책… "꼭 필요한 아파트·민간임대·새아이디어가 쏙 빠졌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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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19 11:40

19일 정부가 계속되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최근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기간 공급 확대이고, 민관의 역랑을 모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신축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책엔 필요한 핵심 내용이 빠진 탓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전세 대책이 3무(無) 대책에 가까워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인 아파트 임대주택 확충 방안이 없고, 임대시장의 중요 축을 차지해야 하는 민간임대 역할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실상 새로운 대책도 별로 포함되지 않았다.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은 올해 발표한 5·6 대책과 8.4 대책에서 나온 내용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오종찬 기자
① 아파트가 없다

아파트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거주 환경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정책에는 아파트형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전세주택이나 신축 매입약정 등은 대부분 연립과 오피스텔 등의 형태다. 여기에 정부는 공실상가와 오피스,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수도권에 1만9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대책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새로 지어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토지도 당장 찾아내기가 어렵다. 청약 시장이 호황인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지을 계획인 아파트 단지를 정부에 넘길 가능성도 거의 없다.

여기에 최근 전세난의 이유 중 하나로 1인 가구 탓이 있다고 보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이 33.3%로 2015년(29.5%)보다 4%포인트(p)가량 증가한 데 반해 1인 가구의 75%가 살고 있는 다세대나 오피스텔의 허가 물량이 2019년에 2만6000가구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허가 물량(6만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가 아닌 거주 형태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보도자료 일부 발췌
하지만 전문가들은 잘못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아파트로 주거 이동을 하고 싶은 서민·중산층의 숨통을 트여주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세난이 시작된 곳은 아파트이지 빌라나 오피스텔이 아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난은 핵심지에서, 아파트에서 시작돼 점차 퍼져나갔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사람들이 최대 피해자다. 이런 본질은 전혀 짚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책은 중산층보다 어려운 계층만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중산층이 겪는 전세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② 민간임대 역할이 없다

정부는 주거 안정에 민간 주택임대사업자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차 드러났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가 내놓은 임대주택 비중이 매우 큰데도 이들의 물량을 끌어낼 방안을 전혀 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 7·10 대책에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소급해 축소한 바 있고 이것은 전세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중이다.

이날 대책에서 민간의 역할은 건설사나 상업용 건물주들에게만 부여됐다. 정부는 대책에서 "민간 건설사에게 신규 건설을 유도하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매입약정방식’을 확대해 주택 순증효과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2만1000가구를 짓겠다는 것이다. 대신 민간 건설사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공공택지 우선공급, 건설자금 저리지원, 세제지원 등이다.

노후 상업용 건물주들에게도 신축 등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건설자금 지원, 토지 양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운영은 매입형태로 LH가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실행할 재원도 문제로 꼽힌다. 매입 자금 충당은 결국 LH의 부채 형태로 될 수 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의 역할을 완전히 없애놨다. 공공이 모두 책임질 수 있는 형태의 시장이 아닌데, 전세난이 일어나게 된 원인, 주택 가격이 최근 몇년 새 오를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아직도 비뚤게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③ 새 아이디어도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날 대책이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했다. LH가 가지고 있는 빈집 4만 가구를 조기에 전세로 공급하겠다는 것은 재고 주택을 짚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비주거용 부동산을 주택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지난 5~6월 나온 공급대책에 나온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5.6대책, 8.4대책에서 정부 주도의 공실 상가와 오피스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주차장 증설 면제, 장기 저리융자 지원, 집합건축물 리모델링 동의요건을 100%에서 80%로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지난 번 대책과 달라진 점은 공급 주택 수 정도다. 이번 대책에는 상가와 오피스, 호텔 등의 리모델링을 통해 2022년까지 전국 1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대책의 3배 수준으로 늘렸다. 이 중 서울 공급 수는 5400가구, 수도권 공급 수는 9400가구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아파트 형태의 주택 공급은 3기 신도시로 충분하다는 인식과 그 사이 전세난은 ‘틈새상품’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면서 "핵심은 비껴나간 대책"이라고 했다.

당분간 전세난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오는 2022년까지 서울의 연간 입주 물량이 6만6000가구, 수도권의 연간 입주 물량이 24만9000가구로 최근 10년 입주 물량 대비 소폭 감소한다고 밝혔다. 2016년 이후로 정비사업 인허가를 축소한 데다 주차면적 확대를 고시한 주차장법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 증권사 부동산 전문가는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전세난이 잠잠해지기를 기대하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정부가 자인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3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전세 수요 충당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19일 보도자료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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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9, 2020 at 09:4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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