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2, 2020

'펜트하우스'로 또 만난 작가와 PD, 또 막장 종합세트 내놨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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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내가 너 같은 애는 반드시 싹을 잘라놓을 거야. 이 쓰레기 같은 것아.” (교장)
 “닥쳐. 이 학교에서 (우리 딸은) 꼭 졸업장 받고 말 거야. 쓰레기 같은 것들”(오윤희)

SBS '펜트하우스' 막장 종합세트 논란
방영 2회만에 '검열하라' 청와대 청원
최다법정제재 '황후의 품격' 뒤 이을까

 
딸이 다니는 중학교의 교장과 말다툼을 벌이던 주인공 오윤희(유진)는 괴성과 함께 책상 위로 올라가 도움닫기를 한 뒤 교장에게 날라차기를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상파 정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28일 첫 회가 나간 SBS 신작 월화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흔히 말하는 ‘막장의 종합세트’다.  
욕망의 상징인 100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를 무대로 상류층의 가정폭력, 불륜, 복수, 맹목적 교육, 혈연의 비밀까지 자극적 흥행요소를 골고루 버무려 충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요리했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헤라팰리스에서 벌어지는 무도회에 참석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탄 심수련(이지아)의 눈앞에선 한 여성이 아파트 밖으로 내던져진 채 거꾸로 추락한다. 슬로우 모션으로 강조한 추락 상황은 피범벅으로 마무리된다. 그 외에도 남편을 앞에 두고도 가슴을 보이도록 옷깃을 풀어 이웃집 남성에게 추파를 보인다거나 철문으로 제작된 밀실에서 자녀를 학대하는 장면, 10대 아이들이 벌이는 납치ㆍ폭력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오윤희와 교장의 몸싸움은 이 작품에서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이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앞서 성공을 거둔 작품의 설정을 짜깁기한 흔적도 보인다.  
상류층 부부의 일탈을 다루는 방식은 ‘부부의 세계’를, 자녀 교육에서만큼은 쩔쩔맨다는 설정에선 ‘스카이 캐슬’을 연상케 한다.  
극 중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부와 명예를 거머쥔 헤라팰리스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자녀를 청아예고에 보내려는 강박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다 쥔 것처럼 떵떵거리는 이들도 그 레슨만 따내면 서울음대까지 보장된 천서진(김소연)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또 중학생인 민설아(조수민)가 부분 염색된 가발 하나만으로 미국 명문대 출신 과외 강사로 신분을 속이며 헤라팰리스 주민들을 농락하는 설정은 ‘점 하나’로 주변을 속인 ‘아내의 유혹’과 비슷하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펜트하우스’는 방영 2회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열을 부탁드린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초반부터 논란이 만만치 않다. 청원인은 “아무리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모방 범죄’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불륜과 집단폭행, 합격조작 정당성까지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방송심의위원회의 검열과 19세 인증을 통한 시청을 도입해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드라마 폐지”의 요구도 나온다.  
 
몇몇 수위가 높은 장면에 대해선 SBS 측도 시청 등급의 조정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SBS는 ‘펜트하우스’의 향후 일부 회차를 15세 이상에서 19세 이상 시청가로 바꿔 편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월 3일 방송할 4회가 일단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된다. SBS는 내부 심의를 통해 매회 시청 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이런 전개는 어느 정도는 예견되기도 했다.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는 2018~2019년 방영된 ‘황후의 품격’에서도 손발을 맞췄다. 당시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임산부 성폭행, 시멘트 생매장 등의 자극적 묘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등 4차례나 법정 제재를 받았다. 2018년초 4기 방심위가 구성된 이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정 제재다. 법정 제재를 받은 다른 드라마의 경우엔 대부분 ‘간접광고’가 지적됐지만 ‘황후의 품격’은 생명존중, 폭력묘사, 등급분류기준, 인권 보호 등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폐지 요구 등 논란도 많았다.  
 
드라마 '황후의 품격'

드라마 '황후의 품격'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법정제재 [자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법정제재 [자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 다시 선택을 받은 데는 ‘중박’ 이상은 기대할 수 있는 성적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등은 모두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시청률 30%를 오가는 성공을 거뒀다. ‘펜트하우스’ 역시 첫 회 시청률 9.2%(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꿰찼고, 2회는 10.1%를 기록해 두 자릿수 시청률에 안착했다.
방송가 관계자는 “불과 1년 전 방심위 법정 제재를 4차례나 받은 작가와 PD를 다시 메인 드라마에 불러들인 건 시청률과 광고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자체 징계라도 받았을 인사가 중용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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